2024-03-25
THINKFORBL COLUMN SERIES
[ICT광장] AI 윤리 법적 대처, 우리가 미적대면 주변국이 치고 나간다
정보통신신문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의 96%가 AI 신뢰성 전문가를 채용하고 싶어 합니다.
문제는 채용하려고 해도 아직 산업 수준이나 실용적 관점에서 자격증 제도 하나 없으니, 기업이 인재의 옥석을 가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당장 올해부터 유럽에서는 고강도의 AI 규제 법률이 시행되기 시작합니다. 관련 기업은 지금이라도 전문적인 인재풀을 가동해서 대비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AI 변화의 격동 속에 국내기업 모두 좌초해 버릴지 모릅니다.”

지난 2월, ‘신뢰할 수 있는 AI 국제 연대(약칭 TRAIN 글로벌)’의 첫 심포지엄에서 보고된 내용이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바 있는 이 심포지엄은, 필자가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현재 7개국의 국가기관과 민간단체가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이다.
필자는 해당 심포지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AI 윤리성 문제가 이미 범 세계적인 화두가 되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또한 국내 업계의 준비가 한쪽으로 치우친 데 비해, 동남아 개발도상국에서 이미 구체적인 규제 준칙과 대응 방안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

이를테면 태국에서는 8개 정부 부처가 참여한 범정부 기구가 만들어져, AI 산업에 대해 국가 차원의 5대 전략과 15개 실행 계획이 수립됐는데,
그 중 첫 번째 전략이 AI 윤리와 법이다. 신기술 도입 이전에 가치 정립과 법 정비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억7천만 명 인구의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AI 전문인력 장려책과 함께 강력하고 구체적인 윤리 규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학교에서는 시험 등에 AI를 오용하면 학위가 취소되고, 중요 과제는 GPT를 이용해 만든 것과 스스로 작성한 것 2개를 비교 제출하게 하는 등,
활용 능력은 높이고 윤리적 경각심을 요구하는 준칙이 제도화돼 있다.

어떤 이들은 필자가 AI 신뢰성에 대해 미국‧유럽이 아닌 아세안 국가들 상황에 관심을 두고, 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걸 이상하게 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필자의 입장은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다’이며, 나아가 ‘우리의 입장은 구미보다는 아세안과 비슷하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브뤼셀 효과’의 유럽처럼 우리식의 법과 표준을 규정해서 전 세계에 강요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내 상식을 표준화해놓고 남들이 따라오길 기다리는 대신, 남들의 상식을 정확히 파악하고 거기 맞춰서 내 전략을 짜야 한다.
요컨대 더 빠르고 부지런해야 한다.

지난 3월 13일 유럽 의회는 ‘인공지능 법’을 최종 승인했다. 법안은 고시 20일 뒤 발표되며, 일부 예외 사항을 제외한 모든 규정을 24개월 이내에 시행하게 되어, 
이후 유럽 시장에 들어가려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이제껏 없던 고강도 규제의 적용 대상이 된다.
해당 법은 유럽의 상식과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유럽 기업과 같은 속도로 거기 적응하려 해도 뜻하지 못한 문화적 변수를 만나 좌초하기 쉽다.
그들보다 더 빨리 해당 법의 특수성을 파악하고 대처해야만 AI의 ‘문화적 오작동’을 방지하면서 각국의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그러려면 법, 윤리 분야와 AI 기술 분야 양면을 동시에 고려해서 문제 인식과 대처를 진행하는 인력풀이 필요하고, 그런 인력풀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세안의 다수 국가는 후발주자 처지에서 그러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고민과 대처를 이미 상당 부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업계는 아직 제 1세계와 그렇지 않은 세계 사이에 있어서인지, 
그런 부분에서 더 신중해야 하다 보니,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AI 신뢰성 문제와, 그에 대한 각국의 법적 규제 문제를 대처하려면 기술 전문성만으로 안 되고 그렇다고 법과 윤리만의 전문성으로도 불가능하다. 
사안에 따라 양쪽 분야를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 면에서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TRAIN에서는 미흡하나마 그러한 법 규제 문제에 대처하는 전문 역량의 자격시험을 자체 제작해 시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여전히 국내보다는 해외 기관에서 보이는 관심이 더 크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다소 어리둥절해지면서, 우리 업계의 미래에 대해 걱정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우리 사회가 AI 분야에서는 어느새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가는 게 아닐지라는 우려가 필자만의 기우이기를 바란다.



[출처]​
- 관련 기사 :
https://www.koi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1406
- 사진 :
​네이트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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